독서 기록 67

파우스트 박사 16

확실히 두 번 읽으니 다르다. 세 번 읽는다면 뭐가 또 다르게 읽히지 궁금하다. 처음 읽었을 때 몰랐던 부분 그리고 별 의미 없이 지나친 것이 다시 눈에 들어왔다. 아드리안의 마지막 곡인 를 작곡하기까지 어떤 연결성을 가지고 진행되어 가는지 알 수 있었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슈베르트페거와 아드리안의 관계와 관련된 이야기이다. 결론적으로 슈베르트페거의 죽음은 아드리안이 과 를 작곡하는데 커다란 영감을 주었다는 점이다. 직접적인 언급이 되지 않지만 아드리안의 친구로서 아드리안의 전기를 쓰고 있는 이 소설 속 화자의 말들이 그것을 은연중에 드러내 주고 있다. 슈페르트페거가 파멸되는 과정의 묘사는 독자인 나로 하여금 섬찟함까지 느끼게 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아드리안과 소설적 화자인 차이트블롬, 아드리안의..

독서 기록 2023.07.29

파우스트 박사 15

다독을 하기보다는 한 권이라도 정독을 해야 된다는 독서가들의 말을 실천하는 것은 쉽지 않다. 새로운 책의 내용에 호기심이 생겨 한 번 읽고 마친 책을 다시 읽어야겠다고 다짐하지만 그렇게 실천한 것은 실제로 몇 권 없다. 토마스 만의 소설을 읽으면서 그러지 않기로 결심했으나 다른 글을 읽고 싶은 충동을 자제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일단 그 충동과 새로운 책에 대한 호기심을 자제하고, 파우스트 박사 34장까지 두 번 읽고 있다. 역시나 처음 읽을 때 이해되지 않았던 부분을 다시 깨닫게 되고 앞부분의 내용이 뒷부분과 연관되어 파악할 수 있었다. 이 작품에서 34장이 주는 의미가 크다고 앞의 글에서 밝힌 바 있다. 세 부분으로 나뉜 34장의 맺음 부분은 아드리안이 완성한 에 대한 내용으로 아드리안이 펼치는 음악 ..

독서 기록 2023.07.24

파우스트 박사 14

파우스트 박사 13에 이어 34장에 내용을 정리하고자 한다. 이 소설에서 중요한 장을 꼽자면 34장이 아닐까 싶다. 독일이라는 국가의 상황과 아드리안의 음악세계가 서로 상호 연관성을 가지며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프랑스 사회 철학자 소렐 (Georges Eugene Sore) 이 주장한 반(反) 의회주의와 행동주의 사상을 다룬 ⎡폭력론⎦의 내용이 흥미로왔다. 대중 시대에는 의회에서의 토론이 정치 의사를 결정하는 수단이 되기에는 부적합한 것으로 판명될 것이며, 대신 앞으로는 원시적 선동으로 정치적 에너지를 끌어내어 행동하는 촉발하는 신화적인 허구가 대중을 사로잡을 거라고 통찰하고 단언했기 때이다. 대중의 귀에 솔깃하고 그들에게 적합하다고도 할 수 있는 허구적 신화가 이제부터 정치적 수단이 ..

독서 기록 2023.07.18

파우스트 박사 13

어제 파우스트 박사 읽기를 마쳤다. 26장 이후로 다시 읽어봐야겠지만 다 읽고 마친 후에 느낌은, 아드리안의 예술 여정에 함께 긴장하며 숨 죽이며 읽어 내려간 거 같다. 글을 쓰기에 여러 가지로 머리에 떠올라 정리가 안되지만, 한 단어로 정리해 보자면 '욕망'이다. 우리가 악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과연 이 욕망과 연관되어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34장을 작가는 특이하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 아드리 안의 광기, 국가의 광기 그리고 이 둘이 합쳐져 한 인간과 국가의 욕망이라는 연관성을 가지고 결국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이 욕망의 정점을 이 장에서 보여준다. 이 욕망은 창작의 힘이며 새로운 변화의 시작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그 과정은 지옥이나 다를 바 없다. 아드리안의 창작 과정은 그 지옥..

독서 기록 2023.07.15

파우스트 박사 12 (feat. 욕망에 대하여)

일주일 동안 삶에 예기치 않은 일이 일어났다. 그래서 루틴 하는 것도 규칙적으로 하지 못하고 책도 집중해서 읽어 나가지 못했다. 나 자신의 어떤 부분에 있어서 마이너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얼마간은 사람들과 연락도 자제하고 해야 되는 일에만 집중하고 싶다. 그리고 이 일들을 겪으면서 몇 가지 삶의 지혜라고 말하면 거창한지 모르겠지만 역시나 위대한 영혼들, 성인들이 하신 말씀이 들어맞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중 강하게 다가오는 것이 욕망이 강하면 부러진다는 교훈이다. 지나친 것은 좋지 않다. 그게 선의든 악의든, 좋든 나쁘든, 선한 행동이든 나쁜 행동이든, 과유불급은 좋지 않다. 특히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는 것을 넘어, 그 간절히 바라는 것에 대한 대상을 향한 욕망이 강하면 그 욕망이 ..

독서 기록 2023.07.07

파우스트 박사 11 (feat. 육체와 정신)

휴가 차 경주를 가는 SRT에서 토마스 만의 2권을 읽으려고 가방에 챙긴다는 것이 그만 1권을 넣어 가지고 왔다. 그래서 글을 정리할 부분이 있는지 찾아보려고 다시 읽어 보던 중 25장에서 악마가 드러나지만 이미 그 앞 장에서 이미 악마의 기운이 다른 사람을 통해 들어와서 아드리안과 무의식과 관계를 맺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악마는 곧 천사와 동전 양면과 다를 바 없다는 설득력에 방점을 찍는 그런 내용의 글이었다. 토마스 만은 그런 것을 옹호한 인물을 특이한 외모에 대해 섬세한 묘사까지 하고 있는데, 아드리안이 할레 대학에서 들은 ‘종교 심리학’을 강의한 슐렘푸스 강사였다. 그는 뭔가 마술사 같은 분위기를 지니고 있었다. 에버하르트 슐렙푸스라는 강사였는데 당시 그는 두 학기 동안 할레 대학..

독서 기록 2023.06.29

파우스트 박사 10 (feat. 25장)

아드리안과 악마와의 만남이 멋지게 1권 끝을 장식하고 있다. 그런데 토마스 만의 의도인지 모르지만 25장을 두세 번 읽어도 일관성 있게 정리가 안된다. 추측컨대 이 대화가 아드리안의 내면에서 나왔기 때문에 복잡한 그의 내면과 혼란한 정신 상태를 묘사하기 위한 작가의 의도일 수도 있을 것이다. 좀 산만할 수 있으나 악마의 생각과 그의 의지를 나름대로 정리해 보고자 한다. 아드리안과 악마의 대화에서 나온 것들 중에 모래시계와 시간에 대한 거래, 그리고 매독균이 환각증세를 일으키고 그것이 기민한 사람에게는 신이 지닌 창조성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악마와 천사는 종이 한 장 차이이고, 아드리안에게 악마가 엄격한 금욕 생활을 요구한 것들이 흥미로왔다. 특히 악마가 말하는 지옥은 이제부터 아드리안이 겪게 ..

독서 기록 2023.06.24

파우스트 박사9(feat. 24장&25장)

토마스 만의 1부 끝 25장, 악마와 대면한 날의 기록까지 읽었다. 1부의 이제껏 이야기들이 여기까지 오기 위해 극적긴장감을 가지고 달려온 것 같다. 모든 장이 차곡차곡 쌓여 아드리안 내면의 욕망과 의지가, 악마와의 대화로 까지 나타나게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악마와 대화한 아드리안의 기록은 아드리안의 음악에 대한 예술적 욕망에 대한 의지의 발현의 결과로,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인지 아니면 진실로 악마와 대화를 나눈 것인지 두 가지다 설득력이 있을 정도로 생생하고 소름 돋는다. 그런데 아드리안의 목소리뿐일까? 사실 여기에 공개하려는 것은 둘의 대화이다. 완전히 다른 존재 엄청나게 다룬 존재이며 대화의 기록자인 아드리안은 그 다른 존재로부터 들은 것을 받아 적었을 뿐이다... 그런데 정말 그것을 대화라고 ..

독서 기록 2023.06.22

파우스트 박사 8 (feat. 자유의 의미& 영화 피아니스트의 전설)

오늘 새벽에 토마스 만의 22장을 읽다가 문득 내가 좋아하는 이탈리아 감독 쥬세페 토르나토레가 연출하고, 영국 배우 팀로스가 주연을 맡은 이 떠올랐다. 파우스트 박사 2장의 아드리안이 추구하는 음악의 세계와 영화 속 주인공 나인틴 헌드레드가 선택한 삶과 맥락이 비슷하다고 여겨졌다. 진정한 '자유'란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이다. 22장에 아드리안은 자유과 구속이 한쌍이라는 것을 피력한다. 맞는 말이야. 멋 모르고 자유에 대한 기대에 들떠 있을 때는 얼마 동안은 자유가 기대를 충족해 주지 하지만 주관성이 문제 될 때 자유란 다른 말이 되지. 주관성은 어느 날 갑자기 자기 자신을 더 이상 지탱하지 못할 때가 있으니까. 주관성은 언제 가는 스스로의 힘으로 창조적일 수 있는 가능성을 회의하게 되고, 객관적인 것에..

독서 기록 2023.06.20

파우스트 박사 7 (feat. 15장)

15장에서는 아드리안의 본격적인 음악에 대한 자신의 성찰이 얼마나 깊은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아드리안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는지 스스로를 잘 안다. 자신을 성찰하는 힘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런 것을 끌어주는 스승인 벤델 크레추마어가 큰 몫을 차지했다는 것도 감동적이다. 아드리안은 음악에 대해 작곡가의 안목을 갖고 있습니다. 뭔가 비결을 터득한 사람의 안목이지요. 문외한이나 적당히 즐기는 사람의 수준이 아닙니다. 그런 사람들은 보지 못하는 모티프들 사이의 관계를 찾아내고, 문답식 문제를 풀 듯이 짧은 악절의 편성을 금방 척척 풀어내고, 전체와 내적 구조를 파악하는 그의 재능을 보면서 내 판단이 옳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지요. 그 친구가 아직 직접 작곡은 옳다는 확신을..

독서 기록 2023.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