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62

야만인을 기다리며

제국은 역사 속에 존재하고,역사에 반해 음모를 꾸미도록 운명지어져 있다. 제국의 속마음에는 오직 한가지 생각만 있을뿐이다. 어떻게 하면 끝나지 않고, 어떻게 하면 죽지 않고, 어떻게 하면 제국의 시대를 연장할수 있는가 하는 생각. -J. M. 쿳시의 야만인을 기다리며 중에서- 약한 민족과 국가를 지배하기 위한 제국주의는 예나 지금이나 방식을 달리할 뿐, 아직도 존재하며, 이 지구가 멸망하기 전까지 이 구조가 이어지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동물 간의 약육강식 형태처럼, 인간 사회도 그런 힘의 질서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받아들여야만 하고 그것이 제국주의라면, 지성인과 야만인은 무엇으로 구별할 수 있을까? 어쩌면 국가와 민족의 차원을 넘어 기득권의 힘의 유지를 위해 희생당하고 살아가는 게 아닐까에..

독서 기록 2023.05.22

돈키호테 1

돈키호테는 기사 소설을 읽으며 그 내용에 빠져 50이 넘어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여정을 떠나는데, 그는 꿈과 이상을 추구함에 굽힘 없는 인물의 전형으로 회자된다. 1부에서 모험을 떠나는 돈키호테는 사물을 자기 식대로 해석하고 다른 게 본다. 이 확고한 돈키호테의 의지에 산초는 말려들고 헷갈려한다. 돈키호테와 산초의 관계는 주인과 몸종의 관계를 넘어 스승과 제자로 상호 보완하며 2부에서의 산초는 그 스승을 닮아가고 성장한다. 세르반테스는 돈키호테를 통해 독자에게 무엇을 전하고 싶었을까? 이 작품을 2부까지 읽으면서 스친 생각은 세르반테스가 ‘삶의 본질’에 대한 얘기를 하지 않았을까 싶다. 꿈과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모험을 떠나는 돈키호테의 스토리를 두고 본질 얘기를 하고 있으면 의아할 수도 있을 것이다..

독서 기록 2023.05.17

일상기록(feat. 독서와 일의 연결)

대학시절 내 전공은 연극학이다. 그래서 대사를 읽고 배우들 연기를 보고 들으며 그게 적절한지 고민해서 알려주고 분석하며 함께 작업하는 일이 이제껏 20년 가까이 한 내 직업이었다. 이런 일을 하면서 깨달은 것 중에 하나는 안 보이는 공간을 읽어내는 힘을 기르고 그 안 보이는 것을 시각화시켜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어쩌면 이것이 예술작업의 핵심이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런 내 생각이 프리초프 카프라가 쓴 을 읽으면서 더 확고해졌다. 배우들이 하는 대사가 글자 문장의 나열을 암기하고 인물의 감정표현의 중요성으로 이해되기보다는, "인물의 에너지의 흐름"이라는 측면에서 생각해 보았다. 물론 궁극적으로는 두 가지가 같은 의미일 것이다. 그러나 "에너지 흐름"의 측면..

삶의 기록 2023.05.14

죽음에 대한 통찰 (feat. 토마스 만)

토마스 만의 도 그렇지만 에서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을 토마스 만이 보다 젊었었을 때 써서 그런지 모르지만 죽음에 대해서 더 진지한 묘사로 접근한다. 반면에 작가가 나이 들어 쓴 에서는 죽음에 관해 객관적인 관찰자의 입장에서 기술하고 있다. 할아버지는 현세의 삶에는 잠시 적응하는 듯해 보였지만 폐렴과는... 오랫동안 끈질기게 투쟁했다. 그리고 그 싸움에서 이겼는지 졌는지는 제대로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지금은 엄숙하고 평화로운 표정으로 관대 위에 누워 있었다... 할아버지가 이제 임시로 적응하던 현세에서 엄숙하게 벗어나 자신에 걸맞은 본연의 모습으로 최종적으로 되돌아갔다는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할아버지로서가 아니라 죽음이 실제의 몸 대신에 끼워 놓은 실물 크기의 밀랍 인형으로 생각된..

독서 기록 2023.05.12

독서 기록 (feat. 역경)

고전 평론가 고미숙 선생님께서 가정 먼저 읽어야 할 책 중에 을 꼽으셨다. 그래서 한자에 약한 나는 일단 영어로 된 주역과 비교해서 읽기 시작했다. 한자와 함께 글을 읽어내야 64괘의 의미를 더 깊이 알 수 있겠지만 일단 전체적인 이해가 영어로 읽는 게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거 같았다. 영어를 잘하지는 못하지만 번역서를 읽을 때 영어로 쓰인 내용이 이해가 빨리 되는 부분이 있다. 영어 번역서를 미국 아마존에서 구입했는데 Alfred Huang과 John Minford의 을 하루에 조금씩 읽고 있다. 공자가 이 을 가지고 해설서를 만든 것이 이다. 이 공자의 주역 해석들이 위 두 책 에 실려 있는데 그 글들이 주옥같다. 폐부를 찌르는 내용들은 정신을 번쩍 나게 만든다. 1등..

독서 기록 2023.05.10

독서를 하면서 드는 생각들

2017년쯤부터 시작해 오던 독서지만 초반에는 읽는데 급급해서 기록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독서량만을 따지면 적은 분량은 아닐 듯한데 그때마다 기록을 해놓지 않아 읽었던 내용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 심지어는 내가 읽은 지도 모르고 그 책을 검색한 적이 있다. 그래서 요즘은 기록을 하려고 하는데 읽고 싶은 게 많아, 읽는 속도가 느려지니 그것 또한 속상하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이 욕심, 집착, 내려놓아야 한다. 선택해야 한다. 그래서 얼마간은 기록에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책을 읽기 전과 읽은 후의 삶이 달라졌다. 만약에 책이 없었다면 삶을 지금처럼 긍정적이고 반성하고 때로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현재의 삶이 있지 않았을 것이다. 살면서 실제로 많은 것을 경험하는 것이 책을 읽는 것보다 중요하다...

삶의 기록 2023.05.09

독서 기록 (feat.이탈리아 구두)

여행 가기 전 여행하는 나라의 문학을 찾아서 읽어 보는 편이다. 왠지 그러면 여행하는 나라에 대해 좀 더 알 수 있을 거 같은 생각이 들어서다. 그 책을 가지고가 기내나 숙소에서 틈틈이 읽는 것도 여행의 일부가 되었다. 스톡홀름 여행 때는 헤닝 망겔의 를 읽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좋았다. 젊었을 때는 두려움이 크다. 살아온 시절을 돌이켜 보면 걱정부터 하고, 결과가 좋지 않을까 봐 지레 짐작해서 하고 싶은 어떤 일들을 하지 못할 때가 많았다. 나이가 들어서 그 당시 일들을 돌이켜 보면 두려움들로 감정 낭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냥 하면 될 일을 쓸데없이 걱정하느라 에너지를 다 소진시켰다. 그런데 이것을 신의 섭리라고 해야 하나 우주의 섭리라고 해야 하나 그 두려워하던 일을 피했다 싶으면, 생각지도 못..

독서 기록 2023.05.08

르네 마그리트의 <연인>

에서 조이한은 “미술은 때로 깨달음을 주는 대상, 그것도 매우 훌륭하고 흥미로운 대상" 이라고 말한다. 르네 마그리트의 걸작 “The Lovers” 는 조이한의 말대로 매우 훌륭하고 흥미로운 대상 그 자체이다. 르네 마그리트는 이렇게 말했다. 사랑은 오해다. 동시에 사랑은 상상력을 불러 일으킨다. 연인들은 불완전한 상대를 앞에 두고 완전하다고 상상한다. 상상력이 있기에 우리는 사랑을 할 수 있다. ‘상상력이 있기에 사랑한다..

삶의 기록 2023.05.03

오이디푸스 왕

소포클레스의 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로 유명하다. 사실 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무슨 의미인지 나는 잘 모른다. 오늘 여기서는 단지 내가 읽고 느낀 대로만 정리해 보고자 한다. 오이디푸스 왕은 신탁의 예언대로, 친부를 죽이고, 자신을 낳아준 친모와 모르고 결혼하지만, 그 사실을 안 뒤 오이디푸스 왕은 자신의 눈을 찌르고 자신의 나라 테바이를 떠난다. 그런데 이런 드라마틱한 사건과 스스로 자신의 눈을 찌르는 행동들이 그가 저지른 죄의 대가를 치른 결말이라는 스토리 구성은 이 이야기를 단편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 쉽다. 실제로 대학시절 연극사 시간에 오이디푸스 번역본을 읽고 깊은 뜻을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뭔가 수박 겉핧기로 이해하고 시험을 치른 기억이 난다. 오랜 시간이 지나서 작년 암트테르담 시..

독서 기록 2023.04.30

스페인 화가 Goya

스페인 화가 고야(Francisco De Goya 1746-1828)는 18세기 신고전주의와 로코코 그리고 19세기 인상주의 낭만주의 화풍에 영향을 미친 위대한 화가이다. 고야 전기 작가 일본인 홋타 요시에는 그 당시 화가의 위치가 왕족들의 초상화를 그려주는 궁정 그림쟁이에 불과했지만, 고야는 그 위치를 궁정 화가로 끌어올리고 나아가서 화가라는 독립된 예술가의 존재로 자리매김한 선두주자라고 말한다. 고야는 82세까지 장수한 화가였으며, 40살이 채 안되었을 때 베토벤처럼 귀머거리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왕성한 작품 활동을 지속한 대단히 폭발적인 에너지와 집념을 가진 화가이다. 만년에 자신의 아들 하비에르에게 쓴 편지에 '예술가는 죽을 때까지 스스로를 새롭게 바꾸어 나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다. 말..

여행 기록 2023.04.29